아시아에서 유례없는 장수 기업 천국, 일본. 578년 창업 후 1,400년을 이어온 곤고구미(金剛組)와 705년부터 온천의 불을 지켜온 게이운칸(慶雲館)이 그 상징입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100년 이상 된 전통 가게(시니세)가 5만 2,000곳에 달하며, 이 중 21곳은 무려 1,000년을 넘어섰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답은 일본의 핵심 가치 ‘와(和)’—조화와 공존에 있습니다.
숫자로 읽는 시니세의 위상
1,000년 이상 된 전통 가게: 21곳
500년 이상 된 전통 가게: 1,938곳
100년 이상 된 전통 가게: 약 52,000곳 (2024년 기준)
이 회사를 창업한 사람은 곤고 시게미쓰(金剛重光)로, 본래 백제의 건축기술자였다. 그가 일본에 건너간 것은 일본 성덕태자의 초청으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사천왕사를 짓기 위해서였다. 사천왕사는 오늘날 <사천왕사 왔소이>라는 축제로 유명한 바로 그 절이다. 서기 593년, 사천왕사가 완공되자 성덕태자는 그에게 “앞으로 너의 자손은 대대손손이 사천왕사를 영구히 보수 관리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에 그는 고향 백제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서 자손을 낳고 살게 된다.
‘와(和)’ 문화가 만든 장수 토양
‘와’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집단 조화를 중시하는 일본 고유의 가치를 뜻합니다. 이 정신은 오늘날까지 ‘장기 생존’이 곧 최고의 신뢰라는 사회 규범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양자 입사(婿養子) 제도
후계자가 없을 때 외부 인재를 ‘양자’로 받아들여 가업과 전문성을 동시에 유지합니다. 덕분에 시니세 중 3대 이상 승계율은 90%를 웃돌며, 이는 일본 노포의 핵심 지속 메커니즘으로 꼽힙니다.
1,400년 역사의 ‘곤고구미’부터 1,300년 온천료칸 ‘게이운칸’까지—일본에는 100년 이상 된 ‘시니세’가 5만 2,000곳 넘게 존재한다. ‘와(和)’라는 사회적 가치가 어떻게 이들의 생존 전략이 되었는지, 가장 최신 통계와 사례로 파헤친다.
장수 가게를 지탱한 5대 시스템
지속 시스템핵심 메커니즘시사점 (한국·글로벌)
현금 유보 전략
평균 2년치 운영비를 현금 보유
위기 시에도 설비·인력을 유지해 브랜드 신뢰를 지킨다
가업 연속 교육
가문·종업원 대상 ‘비공식 사내 대학’ 운영
MZ 세대와 전통을 잇는 ‘콘텐츠化 과정’ 필요
지역 공동체 연계
축제 후원·사찰 유지보수 참여
ESG 활동을 ‘지역관계 자본’으로 재해석
집단적 의사 결정
‘링키즈(稟議)’로 리스크·책임 분산
스타트업·중소기업도 협업 거버넌스에 주목
점진적 다각화
본업과 맞닿은 영역으로만 확장
핵심 DNA를 훼손하지 않고 신규 매출 확보
최신 데이터 를 살펴보면 (2022–2025)
2022년 센테니얼 기업:약 43,000곳― 전체 법인 대비 2.65%
2023년 신규 100년 기업 편입:2,519곳
2025년 3월 기준 시니세 폐업률:0.9%(전 산업 평균 2.8% 대비 1/3 수준)
한국·글로벌 시장에 주는 인사이트
브랜드 스토리텔링― 전통 계승이 곧 사회적 정의(德)·브랜드 자산.
지역상생형 ESG― 문화 보존 활동을 ESG 핵심 지표로 활용.
장기 내실 투자― 고금리 속 ‘현금 유보’ 기준 재정립.
세대 교체 프로그램― 한국형 ‘양자가업’ 모델(사내 벤처 승계) 검토.
후계자가 없으면 ‘양자 입사(婿養子·atotsugi)’ 제도를 통해 외부 인재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전통과 전문성을 동시에 지킨다. 덕분에 인구 고령화 속에서도 노포의 3대 이상 계승률이 90%를 웃돈다(일본경제연구센터, 2024).
전통의 내일을 설계하다
시니세는 그저 ‘오래된 가게’가 아닙니다.조화(和)와 연속성이라는 사회적 인프라 위에서, 혁신과 신뢰를 함께 쌓아온 비즈니스 생태계입니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 가치를 바탕으로 미래 세대의 기회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100년 뒤에도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면, 지금 이 순간‘와’와 ‘지속성’을 경영의 핵심 문장으로 새겨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