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 테이프에 관하여

2021. 2. 15. 13:52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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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20대 나의 혼자 있는 시간은 사실 카세트테이프가 함께 했다.
CD, LP를 들을 수 있는 소위 전축이라 불렸던 AV기기는 거실에 있었기 때문에
한 개를 장만해서 내가 듣고 싶을 때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던 용이함은 카세트테이프였다.
내 방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 시간 거실에서 볼륨을 크게 해놓고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모두가 스마트폰이 손에 들려져 있으니 음악을 듣는다는 게 부차적인 일이었지만,
그때는 달리 손에 들고 볼만 한 게 없었기 때문에 다른 일상생활을 하던가, 책을 본다던가 하는 것말고는 온전히 음악에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니 귀에 들리는 모든 미세한 사운드까지 들으며, 테이프 안에 있는 부클릿을 보며 작사작곡편곡 등 참여 아티스트들 각자의 스타일을 나름 분석하기도 했던 것 같다.
아스라한 기억이지만 돌이켜보면, 동내인근에 있는 레코드샵이나, 도시 중심에 있는 번화가의 대형 레코드샵에 들러서 한참동안 고르고 골라서 집으로 돌아오는 그때만의 공허함을 달래 주었던 같다.
이제 한류는 ‘류’라고 부르는 게 어색할 만큼 어느 한 부분이나 바람이 아닌 세계적인 경향을 되레 이끌어 갈 정도로 성장을 하였고, 급기야 미국에서 각종 주요 어위드의 정상까지 오를 정도로 음악의 품질은 너무 좋아졌지만, 나는 그들의 곡을 들을 수 있는 열려진 귀만 유지 하고 있을 뿐이지 테이프를 사서 듣던 그때의 곡들만큼 애정이 가지 않는다.


요즘 말로 내 돈 내산, 하지만 물건이 남아 있지 않은 스트리밍의 시대,
듣다가 앨범을 사는 게 아니라, 음원을 들을 수 있는 권리를 구매하다보니. 다들 나름 컴필레이션을 해버리니
어느 정도 아티스트 관점에서 앨범전체를 듣고 느끼려는 노력이 결여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아쉬움은 최근에 들어 이제는 실물로 손에 쥐어지는 음반을 피지컬 앨범이라 부르며 옛날 것을 찾는 레트로가 아닌 피지컬앨범을 접하지 못한 세대들이 카세트테이프와 바이닐에 새롭게 경험을 하며 열광을 하는 바람에 뉴트로가 대세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카세트테이프, LP를 뭉뚱그려 말하자면 피지컬앨범을 들을 때는 음반을 골라서 손에 닿은 그 때부터가 음악을 듣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것이다.
손에 닿는 그때부터 구매를 한 값어치를 만끽하는 것이다.
마치 내가 악기 사서 연주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플레이를 시키는 그때 까지 마저도 음악을 듣는 행위의 일부라는 생각이다.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감상할 때는 확실히 그 행위를 따져보면 빌려서 듣는다는 느낌이 난다. 블루투스를 찾는 순간은 내가 구매한 금액과는 상관없는 행위일 뿐이다.
음악을 듣기전과 들은 후의 행동이 구매와는 상관이 없는 것.
그게 바로 스트리밍이다. 너무 공허하다.

모처럼 오랜만에 아주 오랫동안 본가 창고 구석 한 켠에 보관하고 있던 묵은 짐들을 정리를 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추억들과 함께 동면하고 있던 지난 날 무수하게 많이 사다 모았던 카세트테이프와 LP, CD들.
요즘 하나하나씩 들으며 평온의 시간들을 가끔 즐기고 있다.
듣다가 잠시 눈을 감거나 먼산을 바라보면 마치 피안의 세계에 가는 듯 한 아스라한 기분에 젖어든다.
이 매력은 단지 아날로그 때문이기 보다는 예전의 물건에서 느끼는 그 때 그 시간들 때문일 것이다:
음반가게에 들러 하나하나 사올 때, 그리고 그걸 작은 내방에서 play 시켰을 때의 그 기분..
돌아갈 수는 없지만
버리지 않고 남겨둔 덕에 아주 좋은 기분들을 긴 시간이 지난 지금 다른 느낌으로 즐기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대략 150여개 정도의 카세트테이프, CD도 꽤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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