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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러브'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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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지고지순한 사랑도 있지만, 차라리 시작하지 아니한 것만 못한, '만남' 그 자체가 불행인 안타까운 관계들도 있다. 이를테면 '사제 간의 사랑' '남매 간의 사랑'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소재들로는 흔하게 쓰이는 그러한 '특수관계'들이 현실에서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다. 존재는 하지만 희박하므로 현실에서 그런 것들은 한 다리 건너서 누군가가 그랬다더라하는 '카더라통신'의 '잘못된 만남'이 대부분인 것 같다.

흔치 않으므로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는 그러한 비현실적인 '꺼리'들보다 더 안타깝고 슬픈 관계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피'로 인해 시쳇말로 개피 보는 연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시작하는 연인들 앞에 혈액형이 상대방과 사맛디 아니하여 일보전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 그런 경우를 당한 적이 있다.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자주 겪는 일이다.

그녀는 완전 내 스타일이었다.

"혈액형이 뭐예요?('당신의 피는 ABO식 혈액형분류법을 적용하면 어떻게 판별 되나요?'라는 질문과 같은 의미이다.)

청춘남녀가 처음 만나 확장된 동공에서 발산된 에너지 충만한 눈빛으로 장밋빛 예감을 확인하고 머릿속엔 본능적으로 로맨스, 나아가 에로영화 시나리오를 일필휘지하고 있는 마당에 생뚱맞게 하드고어 무비에서나 나올 법한 '피' 이야기를 꺼내는 거다.

"△형인데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고 단칼에 장밋빛 환상을 싹둑 베어내는 사무라이 같은 말을 참으로 예쁘게도 뱉어낸다.

"저는 ○형인데 △형과는 맞지 않는데…. 게다가 예전에 저를 힘들게 했던 X보이프렌드도 △형이었거든요…."

비과학적일 수밖에 없는 인류의 신성한 미스터리 '연애'의 시작을 목전에 두고, 의학적인 질문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하려 하더니 통계학적인 기준으로 냅다 파토를 내버린 것이다.

상대방의 가정환경, 지적수준, 대인관계, 경제적 능력, 사회적 위치, 사상 등은 틀림없이 연애 또는 결혼 상대를 선택함에 있어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된다는 것은 인정하나 지구상에 유독 우리나라와 인근 몇 나라만이 맹신하고, 자알 놀고들 계시는 바로 혈액형 가지고 장난치기는 상대방 사전 정보의 과잉 섭취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이런 유사한 경우를 몇 번 맞닥뜨리게 되면서 혈액형을 바꾸겠다는 다소 황당한 결심을 했다.

과연 혈액형별 성격분류하기가 논리적인 것인지 스스로 실험해보겠다는 요량이었다. 그리고 몇 년간 내가 알고 지내는 관계집단에 나의 혈액형을 바꿔서 꾸준히 홍보를 해보았다. 쉽게 말해 '혈액형 사기(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를 친 것이다. 결과는 모두가 현재 그 혈액형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개체로 나를 본다는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는 어쩌면 나 스스로도 그 집단에서는 그 혈액형이 요구하는 캐릭터로 변신해서 놀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바꿔 말해, 그런 비과학적 고정관념으로 양념된 저급 싸구려 말 안주 때문에 한국 땅에서 △형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형 성격으로 만들어지게 된다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땅에서는 혈액형 놀이가 존재가치가 있을 수 있겠다. 적중률이 높으니까- 심지어 혈액형에 대한 맹신은 예상이 빗나간 경우 '○형 성향을 띤 △형인가 보네!'라는 어이없는 말 따위가 존재한다.)

사실 상대에 대한 지나친 장점의 확대에서 비롯되어 출발하는 연애의 장밋빛 환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겠는가? 피를 나눈 한 가족도 성격이 달라 갈등이 생기는 마당에 생면부지의 남남이 단지 네 가지로 나눠지는 '피'의 분류로 궁합을 본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다툼의 근원 가운데 애꿎은 실린더 속 혈액형을 노미네이트하지 말며, 연애의 시작에 '피' 이야기를 꺼내지 말자.

사랑은 서로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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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한 장면, 본 글과의 상관관계는 모르겠음. -_-;그냥 '삘'.



ps 우연히 찾아보니 혈액형 궁합 의미 없다는 몇년전 기사도 있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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